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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시속 60km로 앞차를 들이받은 사연

피츠버그 다운타운은 세 강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Allegeny River와 Monongahela River가 양옆으로 만나서 그 유명한 Ohio 강을 이뤄 흘러나갑니다. 그래서 서울의 한강만큼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도 많이 등장했지요. 생각나는 것은 영화 가제트 형사에서 가제트가 헬리콥타 펴고 다리위를 날라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피츠버그에 있는 다리 중 하나입니다.


어제 그 중 하나인 Highland Park Bridge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차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앞에 앞에 달리던 차가 오른쪽 가드레일을 쿵하고 받더니 튕겨나가서 차선 하나 뛰어 넘고 왼쪽 가드레일을 또 쿵하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겨우 중심을 잡아 멈추더군요. 교통량이 많지 않아 다른 차량은 피해가 없었고 저도 나름 여유있게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추었습니다. 지나가면서 보니 양 옆바퀴 거의 빠져 덜렁거리고, 범퍼 나간것은 말할것도 없고 엔진마저 손상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 차는 혼자 왜그랬지? 졸았나? 통화했나?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몇년전 한국에서 겪었던 교통사고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때는 겨울, 그것도 1월 1일이었습니다. 선배가 운전하고 저는 조수석에서 룰루랄라 동해로 향하고 있었지요. 1월 1일 오전이라 그런지 차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참달려 남원주 exit에 도착할 즈음. 스타렉스 두대가 우리 앞에 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첫번째 스타렉스가 한바퀴를 휙 돌더니 중앙분리대를 받고 기가 막히게 달리던 차로에 원위치 하였습니다. 물론 멈춘상태로요. 뒤에 따라가던 스타렉스는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겨우 멈춘듯 했습니다. 두 차 사이의 간격은 꽤 되었지요. 안전거리마저 지킨듯 싶었습니다. 

우리도 안전거리 이상의 거리를 두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웃으면서 '저거 왜이래?' 하면서 여유있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나도 저 사고차량이나 구경해야지 하며 속으로는 들떠있었지요(?)

그런데 왜 우리차는 계속 가는 걸까요. 선배는 '어어어' 했고 앞에 있는 스타렉스와의 간격은 50미터 쯤으로 줄어든 것 같습니다. 우리는 1차선ㅇ로 달리고 있었고, 그래서 멈추지 않는 차를 2차선으로 옮기려 했지만 2차선에는 차들이 있었고 우리가 끼어들 공간이 없었습니다.

'어어어' 하면서 선배는 '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어'했고 '어떻하죠?' 라고 나는 대꾸했습니다. 선배는 '큰일났네' 나는 '어어어'. 선배가 '꽉잡아라'. 

거리는 점점 좁혀지는 데 차는 계속 가더군요. 선배와 나는 손잡이를 꽉붙잡고 앞차와 부딛혀도 안튕겨나가도록 단단히 준비하였지요. 계기판을 보니 시속 50에서 60km사이에 있더군요.

그리고는 꽝!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교통사고는 또 없을 듯 싶네요. 보통 교통사고라 하면 나든 상대방이든 어쩔수 없는 상황이거나 갑작스런 상황이기 마련인데, 사고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 대화도 나누고 준비도 하는 경우라니.  참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엄청세게 받더군요. 에어백 터지는 것은 당연했지요. 저와 선배는 시력이 나빠 둘다 안경이 떨어지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차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간이 꽤 큰지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그 연기를 보고 선배와 저는 차 터진다고 곧장 뛰쳐나갔고 꽤 멀리까지 벗어났습니다... 나중에 렉카 아저씨가 오더니, 가스차 아니면 차 터지는 일 없다고 하더군요. 영화에서 나오는 차 뻥 터지는 장면은 다 뻥이라고. 그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에어백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가루(?) 같은게 터져나와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번 간 떨어질뻔 한것은 앞에 우리가 꽝 받은 스타렉스를 보니 옆문으로 빨간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크게 다쳐 피가 흘러나오는 줄 알았지요. 아마 선배의 간은 좁쌀만해 졌을 겁니다. 그건 김치국물이었습니다. 앞차는 차에 김치를 싣고 가다가 들이받은 충격에 김치가 엎어지고 터져 국물이 새 버린 것이지요. (나중에 선배는 그 김치값마저 변상을 해주었다는 군요... 보험회사에 김치는 해당사항없다고 해서.)

음..

선배의 차는 뽑은 지 1년도 안되는 뉴EF소나타였습니다. 브레이크고장은 아니었지요. 

문제는 빙판길이었습니다. 그 날은 날씨가 맑았는데, 달리던 도로는 해가 잘 들지 않아 추운 날이면 도로 전체가 꽝꽝 얼어있다더군요. 브레이크를 밟든 뭐하든 차가 그냥 그 속도 그대로 슈웅하고 돌진할 만 했습니다. 

빙판길에서 기아를 저속으로 바꾸고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는 등의 안전수칙은 저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라디가 기아를 저속으로 바꾸기도 어쩌기도 힘듭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옆차선으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물론 차가 하나도 없을 때.


여러분들이 만약 저런 상황을 만난다면, 저는 과감히 그냥 들이받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해서 들이받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 최선일 수 있으니까요. 괜히 옆차선으로 급히 끼어들다가 옆차도 들이받고 내 차도 상하고 앞차도 들이받고 하는 경우가 더 않좋습니다. 게다가 급한 상황에서는 자칫 침착할 수 없으니, 핸들을 확 꺽었다가는 그 빙판길에서 당신의 차가 김연아의 스핀 못지 않은 스핀을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가는 정말 큰일나지요. 

안타깝지만, 고속도로에서 빙판길을 갑자기 만난다면 브레이크 밟고 기아 저속으로 바꾸어 속도 최대한 떨어트리고, 그냥 앞차 꽝 받으세요. 적어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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