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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음식을 위한 한식세계화여야 합니다

< Cathedral of Learning, U-Pitt>
제가 있는 피츠버그에 피츠버그대학이 있습니다. 피츠버그대 대학을 상징하는 높다란 빌딩 Cathedral of Learning에는 Nationality Room이라는 게 있지요. 각 나라의 문화를 주제로 각 나라별 classroom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것은 학교측에서 임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신청하고 필요한 자금 및 설계사 등을 구해서 허가를 받아야 자신만의 Classroom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 필리핀 등의 나라도 자신의 Classroom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classroom (한국문화실)은 현재 진행중이지요. 한국문화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기 계시는 한 의사분의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나라보다 우리 문화가 훌륭하고 가치있는데, 왜 한국문화실은 없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테데, 실행에 옮기신 분은 그 분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현재는 요구되는 55만불의 예산을 거의 모은 상태입니다. 현지에서 모금도 하고 바자회도 하고 한국정부에 요청하는 등등등.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 이유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깊고, 가치있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세계문화에서 빠지면 되겠느냐는 그런 생각이지요.


이슈가 된 한식세계화에 대한 단상


요즘 한식세계화가 큰 이슈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슈가 된 계기는, 피츠버그 한국문화실처럼, 한국음식을 세계로 알려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높다 등등의 자연스러운 이유가 아니라 이번에 단독통과된 예산안에 한식세계화 예산액이 엄청 높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한식세계화가 옳다 그르다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파행때문에 괜히 이슈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타임스퀘어 비빔밤 광고때문에도 다시 한번 이슈화되었지요. 무한도전의 광고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고, 주제도 적당하게 '한식세계화'로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미국인들의 한국음식에 대한 인상

이 곳 피츠버그에서 지내보니 한국음식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피츠버그가 대도시는 아니지만 인구 30만정도의 큰 도시입니다.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음식하면 김치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불고기나 갈비를 알고 있지요. 한국음식에 대한 인상은 Spicy 혹은 healthy food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제가 한식세계화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그런 질문을 한게 아니라 밥먹다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얘기였습니다.

한국식당도 3-4군데 있습니다. 전골도 팔고, 비빔밥도 팔고, 김치찌개도 팔고 많이 팝니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야 덜하지만 그런데로 맛있습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그러니까 운전해서 4시간 반 가면 되는 워싱턴이나, 6시간 반만 가면 되는 뉴욕에는 한국음식점이 굉장히 많지요. 많다기보다 그곳에서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특히 뉴욕에는 맨해튼 32번가 주변이 코리안타운으로 불리울 정도로 맨해튼에서도 한국음식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한식은 이미 세계화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외국인들이 많이 안먹을 뿐이지요. 현지에 있는 식당들도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당연히 외국인들을 위한 메뉴에는 소홀해지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주로 한국식당에 와서 불고기나 덜매운 야체 야채비빔밥등을 주로 먹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 입맛에 음식을 만드는 게 좋지만, 외국인들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고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면, 한식당도 그 만큼 늘어나지 않을 까 싶네요. 실제로 일본의 스시를 보면 그렇습니다. 어떤 전략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스시는 이 곳에서도 그냥 미국음식같은 정도로 유명하고 식당도 많이 있지요. 심지어 대학 학생식당에서 스시바가 있습니다. 스시가 원래 미국인의 입맛에 맞아 인기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아마 미국인들에게 날 생선,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회를 먹으라고 하면 질겁을 할겁니다. 그런데 스시는 잘도 먹지요.

명품한식당이 아니라 명품한식을 위한 사업이어야 합니다.
한식세계화를 위한 사업으로 맨하튼에 명품한식당을 만든다고 합니다. 예산도 50억이나 통과되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도 말이 많지만 여기에서 느끼는 저도 참 이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명품한식당은 한식을 세계화하는게 아니라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전략일겁니다. 한식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예산끌어다가 브랜드 재고에 힘쓰는 것이지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높이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한식세계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사업단, 추진단을 만들어놓고 정작 한식세계화를 위해서 그 예산들이 쓰이지 않는게 답답하지요. 그래놓고는 한식세계화가 지지부진하니 성과가 없니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2009년 2010년 한식세계화 예산은 다 쓰이지도 않았다고 하는군요.

한식세계화의 필요성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음식의 우수성, 한국음식 문화의 가치, 빼놓을 수 없는 경제성 등등이지요. 개인적으로는 해외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한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도 그 필요성에 들어갔으면 좋겠구요. 이렇게 많은 필요성과 요구되는 부분이 많은데 왜 정작 한식세계화를 위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는 걸까요.


예산이 많다 적다를 떠나서, 한식세계화를 주장하고 그것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의 진심이 궁금합니다. 한식의 우수성을 알고 알리고 싶은지, 혹시 한국이라는 브랜드, 현 정부의 전시행정을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피츠버그대학에 한국문화실을 생각하신 그 분의 마음, 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한식세계화를 위해 일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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